유명한 헤미 V8을 선보인 크라이슬러는 1958년 더 단순하고 저렴한 엔진으로 새로운 방향을 택했다.
반구형 연소실을 갖춘 V8 엔진으로 명성을 얻은 크라이슬러는 1958년 쐐기형 연소실을 적용한 B 시리즈 V8을 도입하며 새로운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크라이슬러, 데소토, 닷지 브랜드의 헤미 V8 엔진은 공학적으로 큰 성과였지만, 제조와 수익성 측면에서는 이상적이지 않았다. 복잡한 밸브 트레인 설계와 무거운 구조 때문에 제작 비용이 높았다. 더 중요한 문제는 세 엔진 계열이 공유하는 주요 부품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크라이슬러는 그룹 내 여러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 중앙 엔진 개발 조직을 설립했다. 이 조직이 백지상태에서 처음 설계한 엔진이 내부 명칭 A561의 B 시리즈 V8이었다.
최초의 두 양산 버전은 1958년 등장했으며, 배기량은 비교적 작은 350세제곱인치와 361세제곱인치였다. 하지만 설계에는 향후 배기량을 늘릴 여유가 충분했다. 엔진의 실린더 보어 중심 간 거리는 4.80인치, 데크 높이는 9.98인치였다. 튼튼한 주철 블록은 크랭크축 중심선 아래로 무려 3인치까지 뻗어 있었으며, 각 실린더 헤드는 뱅크당 17개의 볼트로 고정됐다. 일반적으로는 10개의 볼트가 사용됐다.
다음으로 개발된 것은 내부 명칭 A652의 RB, 즉 Raised Block 시리즈였다. 기본적인 엔진 구조는 같았지만, 더 긴 피스톤 행정과 더 큰 배기량을 수용하기 위해 데크 높이를 10.72인치로 늘렸다. 크라이슬러 내부에서는 이 두 V8 계열을 처음에 LB(Low Block)와 RB(Raised Block)라고 불렀다. 이후 B와 RB라는 명칭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공학적 관점에서 B 시리즈 V8의 핵심 특징은 크라이슬러가 “변형 쐐기형”이라고 부른 쐐기형 연소실이었다. 당시 디트로이트의 많은 자동차 제조사가 선호하던 전통적인 방식을 따랐지만, 반구형 연소실만큼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대신 더 가볍고 콤팩트하며 제조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었다.
주철 실린더 헤드는 좌우 뱅크에 서로 바꿔 장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생산용 공구의 복잡성과 생산 비용을 줄였다. 로커 암은 평판 강재를 프레스 성형하고 코이닝 가공한 뒤, 정밀한 사양에 맞춰 열처리해 제작했다. 이 방식은 단조 또는 주조 부품에 비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다만 크라이슬러는 검증된 기존 로커 암 장착 시스템을 유지했다.
크라이슬러의 전통적인 V8 배치와 달라진 또 다른 부분은 점화 배전기의 위치였다. 엔진 뒤쪽에 두는 대신 앞쪽으로 옮겨 방화벽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 이 독특한 배치 덕분에 B/RB 계열은 초기 크라이슬러 V8 가운데 가장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엔진 중 하나다. 배전기는 비스듬히 장착됐으며 오일 펌프와 구동계를 공유해 엔진 전체 높이를 낮추고 보닛도 낮게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크라이슬러 엔지니어 빌럼 L. 웨르트만은 자신의 저서 Chrysler Engines, 1922–1998에서 개발 초기에 오일 펌프 기어가 고착돼 구동 장치의 핀이 전단 파손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때 배전기도 함께 회전을 멈췄기 때문에 엔진이 그대로 정지하면서 더 심각한 손상을 막았다. 초기 문제가 해결된 뒤 B/RB V8 계열은 오랫동안 생산됐다. B 시리즈의 배기량은 결국 400세제곱인치까지 커졌고, RB는 440세제곱인치에 이르렀다. 이 엔진들은 1978년까지 생산됐으며, RB 구조는 426세제곱인치 헤미 V8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1958년에는 고성능 버전을 포함해 여러 사양의 B 시리즈 엔진이 제공됐다. 플리머스는 퓨리에 305마력의 골든 코만도 V8을 제공했다. 닷지 D-500 모델에는 최고 320마력을 내는 413세제곱인치급 엔진을 장착할 수 있었으며, 데소토 어드벤처러는 345마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1958년 추진된 B 시리즈의 야심 찬 계획 하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소수의 플리머스, 닷지, 데소토 차량에 벤딕스 일렉트로젝터 전자식 연료 분사 장치가 장착됐다. 이 시스템은 소비자가 안정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했고, 곧 시장에서 철수했다.